다른 사람들은 이걸 어떻게 봤을까 하고 좀 둘러보니 . . .
늦은 밤에 채널 돌리다가 우연히 본 경우가 대다수 . . .
뭐 . . . 저도 거기에서 예외는 아닙니다.
대략의 줄거리는 . . .
일정 때 일본으로 건너간 어느 재일교포 남자의 일대기 입니다.
동명의 원작 소설은 재일교포가 쓴 것인데 . . .
작가의 아버지를 모델로 씌여졌다고 하더군요.
주 배경은 1950-70년의 오사카입니다.
보는 동안 내내 들었던 생각은 . . .
이태원 상인들은 척 보고 일본인, 중국인, 한국인을 구분해 낸다던데 . . .
영화 속 인물들은 다 일본인임에도 한복입고 머리에 쪽 진 모습이 . . .
참으로 너무나 자연스럽더군요.
특히 이영희 역을 맡았던 일본 여자의 모습은 . . .
전형적인 한많은 한국의 어머니 . . . 그런 느낌이 납니다.
가끔씩 나오는 엉성한 한국어 대사의 발음은 그냥 옥의 티 정도 . . .
그리고 일본 여자들 못 생겼다던데 . . .
여자 배우들은 다들 예쁘게 생겼구나 . . .
하는 생각도 들고 . . . -_-;
대사는 참 적습니다. 생략도 많고 . . .
그런데 영화는 강렬하네요.
김기덕의 나쁜남자를 본 느낌과 사뭇 비슷합니다.
이건 취향에 따라 반응은 극과 극을 달릴 영화인데 . . .
추천하기에는 좀 부담스럽지만 . . .
개인적으로는 한번 더 보고 싶은 생각이 들게 만드네요.
일본 문화는 별로 많이 접해 보지 않은 탓에 . . .
기타노 다케시 . . . 어디에서 많이 들은 이름이긴 하지만 누군지도 몰랐는데요 . . .
엔딩 크래딧을 보니 오홍 . . .주인공이 바로 기타노 다케시였군요.
(근데 . . . 기타노를 카다카나로 표기 . . . 고개가 좀 갸웃거려지네요)
뭐 . . . 그가 기타노 다케시가 아니든 기든 . . .
제가 연기는 잘 몰라서 뭐라 말 할 수 없지만 . . .
참 기가 막힌 배우란 생각이 들더군요.
그 주인공 . . . 그 배우가 아니면 누가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 싶습니다.
이제부터 스포일러에 해당하니 알아서 보시길 . . .
이 영화에서 대사가 별로 없을 수 밖에 없는게 . . .
주인공은 두말 하는 성미가 아닙니다.
자기 성미에 안 맞으면 일단 손이 나가고 보죠.
이건 뭐 타협이라는 것을 전혀 모르는 사람입니다.
갈등이 생기면 대화로 좀 풀어 보다가 양보도 하고 . . .
참고 참다가 최악의 경우 주먹 다짐을 하는게 보통의 사람들이죠.
하지만 영화의 주인공은 . . .
일단 조금이라도 자신과 틀어진다 싶으면 . . .
무조건 때려 부수고 두들겨 팹니다.
적당히 남에게 맞춰 주는 건 하나도 없죠.
주인공은 성격이 그러니 말수가 적을 수 밖에 없고 . . .
상대편도 맞고 피하느라 말 할 틈이 없습니다.
혹시 노래 가사 없는 연주곡에서 . . .
연주자는 악기로 말을 하려 한다는 느낌을 가져 보셨는지 . . .
마찬가지로 영화가 대사 없이 폭력으로 점철되어 있고 . . .
주인공이 말 보다 폭력이 앞선다면 주인공은 폭력으로 말을 하려는 것입니다.
영화 내내 주인공은 누군가를 구타하거나 뭔가를 때려 부숩니다.
주인공은 자신의 의사소통을 폭력을 통해 일방적으로 하고 있는 겁니다.
타협 없는 일방적 의사 소통으로 가장 인상적이였던 장면은 . . .
오뎅공장의 직원들을 착취하는 장면입니다.
좀 반항적인 직원 한 명이 대들었는데 . . .
주인공 별 말이 없습니다.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직원 얼굴을 불로 지져 버립니다.
얼굴에 화상을 입은 직원은 쓰러지고 . . .
쓰러져 있는 직원에게 한마디 호통으로 일갈합니다
"빨리 일해!!!"
일방적인 의사소통 . . .
주인공은 편하고 호쾌하게 삽니다.
그러나 가족들을 포함한 주위 사람들은 너무나도 힘들게 살아가죠.
너무나도 이기적입니다.
왠만한 영화에서는 . . .
왜 주인공이 그렇게 폭압적인 마초가 되었는지에 배경을 조금이라도 언급하는데 . . .
이 영화에서는 그런게 전혀 없습니다.
관객이 보면서 "에구 저럴 수도 있구나" 하고 면죄부나 감정이입을 할 틈을 전혀 안 주죠.
주인공에 제대로 대적하는 인물은 단 한명도 없습니다.
폭압을 통해 절대적인 권력을 행사하죠.
보는 관객이 내내 답답함을 느낄 정도입니다.
그런데 조금 묘한 건 말입니다 . . .
주인공이 누리는 그런 종류의 폭압적인 권력이 . . .
왠지 제 눈에는 익숙해 보이더라는 겁니다.
사실 정도의 차이는 있겟지만 이런 종류의 남자 . . .
대한민국의 어느 정도 나이 있는 성인이라면 다들 겪어 봤을 법한 인물입니다.
군대 시절 겪었던 훈련소의 내무반장이나 자대의 선임하사.
또는 학창 시절 애들을 쥐 잡듯 잡아 대던 호랑이 선생님.
뒤돌아 생각해 보면 저는 그런 폭력적인 권위에 많이 길들여져 있었습니다.
"엄한 아버지"를 비롯한 그런 종류의 권력은 다들 어느 정도는 겪어 보셨을 겁니다.
정도의 차이가 있지만 . . .
김준평씨는 우리가 여태까지 익숙하게 본 그런 종류의 사람입니다.
다만 좀 극단적으로 그려져 있을 뿐이죠.
자신을 온전하게 말로 표현하지 못하는 사람 . . .
우리 아버지 세대들을 다들 그렇지 않았나요?
김준평이 가장 정성스럽게 보살피던 사람은 . . .
뇌종양으로 인해 말을 하지 못한 두번째 부인이였습니다.
말로 의사소통을 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김준평은 꽤 좋은 모습을 보였습니다.
의사 소통의 문제 이전의 김준평이라는 인물이 가진 맨 얼굴을 보인 거라고나 할까요.
늙어서도 자식 얻는 것에 집착하는 김준평 . . .
사실 그의 속마음에는 가족에 대한 갈구가 컸습니다.
하지만 그는 가족에 대한 자신의 마음을 . . .
한번도 제대로 전한 적이 없더군요.
심지어 딸이 죽었을 때에도 . . .
그냥 가족들과 슬픔을 나누면 그것으로 충분할 것을 . . .
내 딸 내 놓으라며 사위를 패고 가족을 때립니다.
그 충격이 비록 그의 몸을 마비로 몰고 갔을 정도로 컸지만 . . .
그가 할 수 있는 것은 기껏해야 그 정도가 고작일 뿐입니다.
속으로는 가족들에게 인정받고 싶으면서도 . . .
말 보다는 폭력이 앞서는 그의 삐뚤어진 소통구조 . . .
결국 그는 실패하고 맙니다.
결국 그가 믿을 수 있었던 것은 말이 필요없는 돈
미친듯이 돈에 집착하여 부자가 되지만 . . .
그에게 돈은 단지 그가 정말로 원하는 것의 대체물일 뿐이였습니다.
결국 그는 그가 그렇게 피 흘려 번 돈을 . . .
모두 북한에 기부하고 어린 아들과 함께 북한으로 넘어갑니다.
그가 진짜로 원한 것이 무엇이였는지 알 수 있는 부분이죠.
하지만 마지막의 그 시도 역시 성공하지 못합니다.
영화의 마지막, 어느 청년이 추운 겨울날 열심히 땅을 팝니다.
청년이 어느 허름한 집에 돌아와 밥을 먹는데 . . .
침대에 누워 있는 백발의 김준평은 마지막 숨을 거두고 . . .
그 청년, 아마도 김준평의 아들은 멈칫하다가 먹던 밥을 계속 먹습니다.
아들은 아버지의 죽음을 알고 매장할 땅을 파고 있던 것이였을까요?
그토록 원하던 것을 곁에 두고 죽음을 맞이했건만 . . .
그가 원하는 것들, 그의 가족이거나 혹은 그의 조국은 . . .
마지막 순간마저도 그를 외면하고 있더군요.
저는 나름대로 재미있게 봤습니다.
찐뜩하고 지독하지만 슬픈 영화죠.
삐뚤어진 소통구조를 가졌다는 점에서 . . .
아직도 김준평은 여기저기에 많이 존재하고 있을 겁니다.
아마 저 역시 거기에 포함되어 있을지도 모를 일이죠.
PS :
2020년에 다시 읽어 보니,
오래 전 써 놓은 Review라서 "김준평"과 같은 폭압적인 권력을 행사하는 남성이 익숙한 사람들은 꽤 연배 있는 시대가 되었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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