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확하게 기억 나지는 않지만 영화 Matrix 1편에서 모피어스가 네오에게 했던 대사...
요원들의 능력이 월등하지만 Matrix가 제공하는 한계치는 뛰어 넘을 수 없다는 내용.
자꾸 곱씹어진다. 그거 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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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것이든 근원적인 한계가 있는 법이고...
근원적 한계가 그 자체의 정의가 되기도 한다.
음악을 예로 들어 보면...
어떠한 형태라도 아름답게 느껴지는 소리를 음악이라 할 수 있지만...
음악은 본질적으로 형태에 대한 한계가 분명히 있다.
음악은 가청 주파수 범위 내에 존재하는 소리라야 하고...
인간이 인지할 수 있는 성량이여야 하며...
특정한 범위의 시간 간격 이내에 존재해야 한다.
첫번째와 두번째는 너무나 명확하고 간단하기에 그냥 패스...
한마디로 귀에 들려야 한다는 거다.
세번째 조건은 적절한 용어를 몰라서 대충 쓴 것으로 약간의 부연이 필요한데...
운명 교향곡 1악장을 연주하는데 4분음표의 시간을 한시간으로 했다고 치자.
그걸 듣고 도대체 누가 운명의 박력을 느낄 수 있겠는가?
반대로 4분음표를 1msec으로 연주한다고 해도 마찬가지다.
인간이 인지할 수는 있으나 서로 다름을 명확히 구분할 수 없는...
매우 좁은 특정 시간 간격에 음악은 존재한다.
영화가 시각의 잔상효과를 이용한 일종의 속임수인 것과 마찬가지다.
시간적으로 분명 다른 소리들의 집합일 뿐이지만...
인간은 이들을 인식할 수 있으나 개개의 것으로 구분하지 못하는 시간 간격대가 있다.
이러한 시간 간격에 소리가 변화하면...
인간은 Sequence를 개별적인 것으로 인지하지 못하고 통합된 이미지로 인식한다.
멜로디나 박자가 이러한 통합된 이미지에 해당한다.
음악이 가진 한계이자 그 자체의 정의가 될 수 있는 내용 중 하나는...
너무 빨라도, 너무 느려도 음악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인간이 가진 감각 기능의 맹점이 음악에게는 존재의 근원인 메트릭스가 되기 때문이다.
Defection이 음악에 있어서 존재의 근거가 된다는게 웃기게 들릴지도 모르겠지만...
양립할 수 없는 것을 양립시키는 예술의 속성상...
어느 정도 인간을 속이기 위해서는 인간의 약점에 의지 할 수 밖에 없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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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고기의 근원적인 한계는 물 밖에서 살 수 없다는 것.
그것은 또한 물고기를 정의하는 요소들 중 하나이다.
소를 잡는 것에도 도가 있다.
도라는 것은 이미 그러한 것.
소를 잡는데에는 이미 정해진 길이 있고...
그것은 또한 소를 잡는 제약으로 작용한다.
백정은 자신의 의지대로 소를 잡는 것이 아니다.
백정은 그저 소를 잡는 도를 따라갈 뿐이다.
소 잡는 방법은 이미 그러한 것으로 정해졌기 때문이다.
소 잡는 방법과 백정의 의지와는 아무 상관이 없다.
창문 틈에 낀 벌레를 잡고자 한다면...
손끝으로 지긋이 눌러주면 끝날 일이다.
제 힘만 믿고 주먹으로 창틀을 아무리 때려봐야...
손만 아플 뿐 결코 벌레를 잡을 수는 없다.
하찮게 보이는 벌레 하나 잡는데도 도가 있다.
벌레 하나 잡는데에도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건 없다.
Matrix라는 OS에서 구동되는 Agent는 Matrix의 실행 속도 이상을 낼 수 없다.
이건 Agent의 의지와는 전혀 무관한 문제다.
상위에서 이미 그러한 것으로 끝나 버린 것이다.
이미 그러한 것으로 끝나 버린 것을 하위에서 어떻게 할 도리가 없다.
이미 그러한 것을 앞에 두고...
아이처럼 떼를 쓰며 내 의지를 관철시키려 해 봐야 아무 소용이 없다.
나만 피곤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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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있어 그러한 상위는 무엇인가?
내 의지와는 상관 없는 나의 본질적인 바닥은 어디까지인가?
나에게 주어진 부처님 손바닥은 어디까지인가?
나는 미련해서 잘 모르겠다.
나의 메트릭스는 나를 어디까지 허용해 주는지 잘 모르겠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그저 부딪치는 것 뿐이다.
하지 말라고 하면 더 해 보고 싶은게 사람들의 심리.
청개구리 같다고 비난 받는 것이 보통이지만...
인간이라면 그러는 것이 오히려 정상이다.
어딘지 모를 내 자신의 끝이 목적지이기 때문이다.
죽을 때까지 그 자신의 끝을 찾아 헤메는 것이 인간이다.
거의 예외 없이 속세에서의 끝을 달려본 인간들은...
인간이라면 어찌할 수 없는 것으로 여겨지는 영생을 찾기 시작한다.
어딘지 모를 자신의 끝을 찾아 계속 헤멘다.
어쩌면 인간의 한계이자 정체성은...
인간이라는 족속은 자기 분수를 모른다는게 아닐까.
자신의 창조주마저도 뛰어 넘으려 하는...
아주 아주 발칙하고 건방진 분수 모르는 족속들.
분수를 모르는 인간...
예수님도 두드리면 열린다며 독려하셨다.
얻고 얻어도 계속 두드린다. 자신의 분수를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자신의 분수를 안다는 사람들...
거짓말이거나 인간의 경지를 벗어나 새로운 도에 올라 탄 존재들이다.
너무 헤멘다고 슬퍼하지는 말자.
어차피 대부분의 인간이란 것은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그렇게 평생 분수 모르고 헤메다가 갈 수 밖에 없는 존재들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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