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도는 일상 생활에서 많이 사용 되기에 매우 친숙하고 익숙한 단어이다. 하지만 예전부터 이 온도라는 물리량이 도대체 무엇인지 의구심이 계속 있었다. 펄펄 끓는 물이 100도라는데 똑같은 온도의 사우나에 들어가면 멀쩡하다. 같은 온도라지만 사우나 100도 보다 물 100도가 훨씬 뜨겁다. 그렇다면 서로 다른 물체가 같은 100도라 할 때 이게 도대체 무슨 의미인 건가 싶었다.

 

온도라는 것이 뭔지 알아보려고 자료들을 찾아 봤다. 기본적인 온도의 정의를 찾아 보니 모르는 것에 모르는 것을 더할 뿐이었다. 조금이라도 진지한 이야기들을 찾아보면 역열학 관련된 내용들 뿐이고 온갖 수식들로 도배되어 있었다. 온도가 뭔지 알아보는 것이 이렇게 어려울 일인가 싶었다. 그냥 먹고 사는데 바쁜데 이런 것 알아봐야 뭐하랴 싶어서 관심 끄고 살아 왔다.

 

세상이 바꿔서 Chat-GPT를 접하면서 평소 궁금했던 것들을 물어 봤다. 약간의 인내심을 가지고 질문의 질문을 반복하고 혹시 이 놈이 거짓말을 하는가 싶어서 질문에서 알아낸 단어로 다시 구글링을 하는 짓을 반복해 봤다. 그렇게 좀 하다보니 그 동안 가지고 있었던 온도에 대한 의문이 상당 부분 풀렸다. 여기에 그 내용을 기록해 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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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도라는 물리량의 정의를 찾아 보면서 받아 들이기 어려웠던 것은 다들 온도 1을 정의하지 않았다는 것이며 황당했던 것은 오랜 시간 동안 그런 정의에 대해 사람들이 이의를 제기했던 흔적을 찾기 어려웠다는 것이다. 내가 21세기를 살아가면서 나름 그 동안 주워 들은 것이 있어서 불편함을 느꼈을까? 내가 그 시대를 살았다면 당시 온도의 정의에 대해 그냥 받아들이고 살았을까? 

 

영어로 "Degree", 우리말로 (엄밀히 말하자면 한자이지만) "도"라고 붙은 단위는 1이 그 자체로 정의되지 않고 상대적으로 결정되는 값이라는 뜻이다. 가령 각도 1도는 한바퀴를 360이라 정한 것이 먼저이고 1도는 한 바퀴를 360등분한 각도가 된다. 즉 1도를 정의하고 이에 한바퀴가 360도가 되는 것이 아니라 반대로 한바퀴를 360으로 정의하여 1도가 나오게 된다. 한바퀴가 360이라는 뜬금 없는 정의 때문에 다른 물리단위들과 정합성이 성립하지 않기에 연산에 사용할 수가 없다. 공학에서 각종 원운동을 계산할 때에는 호도법으로 각도에 대해 1을 정의하여 사용한다.

 

마찬가지로 통상적으로 온도라 불리는 체계 (나씨/화씨/섭씨 등등) 들은 온도 1를 정의하지 않고 특정한 상태들 간의 범위를 값으로 지정한다. 물이 어는 시점의 유리관 길이를 0으로 하고 물이 끓는 시점의 유리관 길이를 100로 했기에 1도는 그 길이를 100으로 나눈 것에 불과하다. 그렇다면 온도가 1도가 올랐다는 것은 유리관의 길이가 그만큼 높아졌다는 것 외에 무슨 의미가 있다고 할 수 있을까?

 

자료를 찾아보니 온도라는 것이 결국 온도계의 눈금을 어떻게 먹일 것인가에 대한 내용 뿐 이었다. 이러면 온도계라는 실제물건이 없다면 온도를 정의할 수 없게 된다. 그러면 도대체 온도계를 어떻게 만들었기에 온도계에서 온도를 정의했을까 싶었다. 그렇게 본의 아니게 온도계를 만들어낸 역사에 알아 봤더니 아래와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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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의 온도계는 "갈릴레이 갈릴레오"가 16세기 후반인 1592년에 만들었다고 한다. 온도가 올라가면 공기가 팽창하는 성질을 이용해서 공기가 든 유리관을 물 그릇 속에 꺼꾸로 세우고 공기의 온도에 따라 달라지는 물기둥의 높이를 재서 온도를 측정했다고 한다. 물론 정밀도 면에서는 문제가 있으므로 온도를 숫자로 변환할 수 있는 온도계가 최초로 나왔다는데 의의가 있는 모양이다. 그리고 물질이 팽창하는 성질을 이용한다는 아이디어 자체는 지금까지도 유효하게 이용된다.

 

쓸 만한 온도계가 나오는 것은 17세기 중반 1654년에 "투스카니 페르디난드 2세"라는 양반이 만들어낸 알코올 온도계라고 한다. 진공의 좁은 유리관에 알코올을 넣어 놓고 온도에 따라 부피가 팽창하는 알코올로 인해 유리관의 알코올 높이가 달라지는 것으로 온도를 측정한다. 하지만 알코올은 끓는 점이 낮아 물이 끓는 온도조차 잴 수가 없다는 단점이 있었다.

 

온도에 따라 부피가 변하는 물질을 진공 유리관 내부에 넣어서 그 길이로 온도를 측정하자는 온도계 제작 원리는 1654년의 "투스카니 페르디난드 2세" 이후로 최근까지 그다지 달라지지 않았다. 다만 유리관에 무슨 물질을 넣느냐에 따라서 온도계의 측정 특성이 달라진다. 또한 유리관의 길이를 숫자로 어떻게 변환할 것인가에 따라 다양한 온도의 정의가 나오게 된다.

 

여러가지 시도가 있었던 듯 한데 물질 부피의 변화량으로 온도를 계측하는 방식의 끝판왕은 1714 년 네덜란드 지역의 페런하이트가 고안한 수은 온도계다. 수은 온도계는 알코올에 비해 팽창이 느리기에 온도를 빨리 잴 수는 없지만 측정 범위가 섭씨 기준으로 -38~356 이므로 일상생활의 온도를 잴 수 있었고 최근까지도 널리 쓰였다. 알코올 온도계는 섭씨 기준으로 -78~78 를 측정할 수 있어 저온 계측에는 여전히 알코올 온도계가 쓰였던 모양이다.

 

수은 온도계를 만들어낸 페런하이트는 유리관의 안쪽의 수은기둥(수은주) 높이를 재기 위한 눈금을 매기는데 이게 "화씨온도"가 된다. 덴마트의 "뢰머"라는 양반이 제안했던 나씨온도를 개량했다고 하는데 아무튼 페런하이트는 물이 얼 때의 수은주높이를 32로 하고 물이 끓을 때의 수은주 높이를  212로 정한다. 수은 온도계를 만들어낸 페런하이트가 그렇게 정의했으니 패런하이트의 수은온도계를 사용했다면 당연히 화씨 온도를 쓸 수 밖에 없다.

 

그리고 페런하이트의 눈금 매기기 방법은 제법 일상생활의 직관과 잘 맞아 떨어지는 면이 있다. 화씨 0도는 섭씨 -17.8 , 화씨 100도는 섭씨 37.8에 해당한다. 이 정도면 대충 화씨 0도는 무지 추운 온도이고 화씨 100도는 무지 더운 온도라 여기면 된다. 화씨 온도가 음수이거나 100을 넘는다면 그건 사람이 도저히 살 수 없는 극한의 온도란 의미가 된다. 화씨온도가 50 (섭씨 10도)이상이면 그나마 괜찮은 온도이고 온도이고 50과 100 사이의 70~80(섭씨 21~26) 정도면 쾌적한 온도라 여기면 된다.

 

참고로 화씨 온도는 "뢰머"의 눈금을 네덜란드 사람인 "페런하이트"가 개량한 것인데 "페런하이트"는 네덜란드 사람이었고 네덜란드 언어에서 숫자는 분수와 관련한 고유 단어가 있어서 화씨온도에도 이런 성향이 반영되었다고 한다. 즉 0~100 사이 중에서 그나마 사람이 살만한 것은 50~100이고 그 중에서도 쾌적한 온도는 50과 100 사이의 75(섭씨 24도)에 해당한다는 식이다. 화씨온도는 의외로 인간중심적으로 정의되어 있다.

 

페런하이트의 수은온도계 출현 후 18년이 지난 1742년에 스웨덴의 "셀시우스"는 물의 어는 점을 100으로 하고 물이 끓는 점을 0으로 하자고 제안한다. 이는 수은주의 높이와는 반대로 눈금을 매기는 이상한 제안이지만 이렇게 하면 통상적인 기온의 온도를 기록하는데 음수를 쓸 일이 없어진다. 스웨덴에서는 섭씨 -30도가 흔한데 "셀시우스"의 제안으로는 그걸 130으로 기록하면 된다. 아무리 더워도 섭씨 100도를 넘어가는 더위는 없으니 기온 측정에서 음수를 쓸 일이 없다. 

 

딩시 화씨온도 체계에서는 온도의 기록 과정에서 종종 착오가 발생했기에 셀시우스가 이런 제안을 한 듯 하고 그런 이유 때문인지 온도를 전문적으로 다루어야 하는 직업군에서는 셀시우스의 섭씨를  널리 사용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이 후 셀시우스 제안한 섭씨 온도는 SI 단위로 편입되는데 다만 SI 단위계로 들어갈 때에는 애초에 "셀시우스"가 제안했던 것과는 다르게 그걸 다시 뒤집어서 물의 어는 점을 0, 끓는 점을 100으로 눈금을 매기는 방식으로 변경된다.

 

그 외 페런하이트 이전의 뉴턴 시대에 프랑스의 "아몽통"이 제작한 온도계가 있는데 특이하게도 부피를 고정하고 온도 변화에 따른 압력의 변화로 온도를 측정하는 온도계를 만들었다고 한다. 한국어로는 "아몽통"에 대한 자료가 거의 검색되지 않지만 온도와 기체부피의 관계를 밝혀낸 "샤를의 법칙"에는 "아몽통"의 영향이 분명히 있어 보이고 절대온도에 대한 아이디어의 시작점이라 할 수 있을 듯 하다.

 

나무위키에서는 "온도가 샤를의 법칙에 따라 정의"된 것이라 기록되어 있지만 샤를의 법칙은 1802년 (빨리 잡아봐야 1787)에 발표된 것이며 페런하이트의 수은온도계는 그보다 훨씬 이전인 1714년에 나온 것이다. 결과적으로 현대 물리학의 정의에 따르면 온도가 샤를의 법칙에 따라 정의된 셈이지만 나무위키의 설명은 뭔가 선후가 뒤집힌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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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도를 정의하는 온갖 내용들이 있었지만 내가 찾아 본 바에 따르면 "아몽통" 을 제외하고는 결국 온도계의 유리관 길이에 눈금 어떻게 매길까에 대한 이야기가 전부다. 하물며 절대온도를 정하는 방법도 섭씨온도의 눈금 매기는 Scale을 그대로 적용하되 섭씨 -273을 절대온도 0k로 정해 놓은 것 뿐이다.

 

온도가 1도가 올랐다면 그건 온도계 눈금이 그만큼 올라간 것이다. 그런데 그것말고는 더 큰 의미가 없다. 온도계에 들어 있는 물질의 열 팽창이 선형을 유지할리 만무한데 그걸로 1도를 정의한다는 것이 말이 되는 건가 싶었다. 온도를 변환하는 공식을 보면 전부 선형 수식이지만 그건 온도에 눈금을 매길 때 눈금간 간격을 일정한 간격으로 나눴다는 의미에 불과하다.

 

눈금을 선형으로 나눴으니 당연히 온도 체계는 선형이 된다. 하지만 그 눈금이 오른만큼 온도에 관여되는 다른 물리량이 선형으로 증가할지는 모를 일이다. 그리고 온도 숫자 Scale을 정하는 것은 온도계와 Dependancy가 있는데 수은 온도계로 측정할 수 없는 영역의 온도에 대해서 섭씨 온도가 유효한 것인지도 의문이었다. 생각해 볼수록 온도를 다루는 숫자 체계는 엉성한 면이 많다.

 

가령 용광로 온도가 섭씨 1000 정도라는 건 근거가 대체 뭘까? 수은이 섭씨 1000도 이상까지 일정한 열팽창을 하고 유리도 섭씨 1000도 이상을 버틴다고 했을 때  그 온도계로 용광로의 온도를 측정하면 유리관의 수은주 높이가 진짜 섭씨 1000도의 눈금으로 올라간다는 걸까? 그걸 도대체 어떻게 보장하지? 그리고 섭씨 1000도라면 끓는 물보다 10배 더 뜨겁다는 뜻인데 10배 뜨겁다는 것이 눈금이 10배 더 올라간다는 외에 무슨 의미가 있는거지? 이런 생각이 꼬리를 물었다.

 

조금 알아 보니, 아니나 다를까 산업이 발전하면서 그런 문제가 대두된 모양이었다. 플랑크 흑체 복사도 독일의 제철사업에서 용광로의 온도를 측정할 방법을 찾아 보려는 시도에서 나온 것이었다. 온도가 뭔지 알자고 덤벼 들다 보니 양자역학의 시초까지 파고 들어가야 할 판이었다. 온도라는 것이 워낙 익숙하고 많이 쓰이는 개념인데 이게 이렇게까지 파고 들어가야 할 일인가 싶었지만 계속 갈증을 느끼는 것을 어쩔 수 없었다.

 

결국 그냥 현대 물리학에서 온도는 입자들의 평균적인 운동 에너지라는 정의를 그냥 받아 들이기로 했다. 그게 가장 이해하기 쉽고 받아 들이기도 쉽다. 하지만 그렇게 하자면 1도에 대한 평균 운동 에너지의 값이 존재해야 한다. 그리고 다행히도 그런 정의가 현대 물리학에 존재한다. 바로 "볼츠만 상수"이다. 볼츠만 상수의 값은 1.3806504 X 10^(-23) [J/K] 이다. 절대온도 1K에 대한 에너지를 정의해 놓은 것이다.

 

온도계 유리관의 길이로 치자면 섭씨 1도나 1K나 길이 간격은 동일하므로 섭씨 1도가 증가할 때마다 입자들의 평균에너지가 1.3806504 X 10^(-23)씩 증가한다는 이야기가 된다. 볼츠만 상수가 존재한다는 것은 그 의심 많은 물리학자들이 유리관 길이와 입자의 평균에너지 사이의 관계는 선형이라고 인정했다는 의미가 된다. 나도 그냥 그렇구나 하고 받아 들이기로 했다. 설령 온도에 대한 수은 온도계 계측값이 볼츠만 상수를 만족하지 못하는 경우에는 수은 온도계를 불량으로 간주하면 된다.

 

각도는 호도법이 도입되면서 1을 정의할 수 있게 되었듯이, 온도는 볼츠만 상수로 1k를 정의될 수 있게 되었다. 볼츠만 상수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나는 안도감을 느낄 수 있었다. 온도의 정의가 명확하게 에너지 관점에서 선형이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전히 온도가 1도가 증가했을 때마다 그만큼 더 뜨거워졌다고는 말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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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겁고 차가운 것은 분명 우리가 감각할 수 있는 영역이다. 하지만 볼츠만 상수로 정의되는 1K는 얼마나 뜨겁고 얼마나 차갑다고 말할 수 있는 성질이 아니다. 같은 온도라고 해도 공기와 물은 그 뜨거움이 완전히 다르다. 섭씨 100도의 사우나에는 들어갈 수 있으나 섭씨 100도의 물에는 들어갈 수 없다. 하지만 온도계로 재 보면 둘다 유리관의 수은 높이는 100을 가리킨다.

 

온도계 내의 물질이 어떤 것이 되었든 눈금이 더 이상 올라가지 않는다는 것은 외부에서 더 이상 에너지를 받지 않게 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동일한 온도계로 두 물체의 온도를 계측한 결과가 동일하다면 그 두 물체는 서로 에너지를 주고 받지 않는다.

 

사우나의 온도를 쟀더니 100도가 나왔다면 그 시점에서 온도계는 사우나 내의 공기와 더 이상 열을 주고 받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마찬가지로 끓는 물을 온도계로 쟀더니 100도가 나왔다면 그 시점에서 온도계와 물은 더 이상 열을 주고 받지 않는다. 그러면 3단 논법 비슷하게 섭씨 100도의 사우나에 섭씨 100도의 물을 넣어 놓으면 사우나의 공기와 물은 열을 주고 받지 않는다. 즉 사우나와 물은 100도를 유지한다.

 

그러나 동일한 온도계라면 같은 100도라도 사우나 보다는 끓는 물이 훨씬 짧은 시간 내에 계측될 것이다. 사우나의 공기보다는 끓는 물이 단위 시간 대비 온도계에 전달하는 에너지량이 압도적으로 크기 때문이고 이에 빠른 시간내에 온도계와 끓는 물이 열적 평형 상태를 이루기 때문이다.

 

온도는 흔히들 뜨거운 정도를 나타내는 숫자로 여겨지만 명확한 것은 두 물체의 온도가 같다면 두 물체 사이에 열이 전달되지 않는다는 것이며 같은 질량이라면 온도 차이가 많을수록 전달되어야 할 열 에너지가 많아진다는 것 뿐이다. 섭씨 100도의 사우나에 들어가면 내 몸은 열을 받아서 체온이 올라간다. 섭씨 100도의 물에 들어가도 내 몸은 열을 받아서 체온이 올라간다. 다만 내 체온이 올라가는 속도는 공기와 물이 완전히 다르다.

 

온도 차이가 난다는 것은 열에너지의 이동 방향을 판단하는데 유효하지만 얼마나 빠르게 열에너지가 이동하는지는 다른 성격의 문제가 된다. 온도 차이가 섭씨 100도인 두 물체를 붙여 놓으면 열이 이동하여 결국 언젠가는 같은 온도가 된다. 그런데 그게 100만년 걸리는 것과 1초가 걸리는 것은 뜨거움을 느끼는 것에서 완전히 다르다.

 

1000억도의 물체가 있다고 한들 그 물체와 0도의 얼음이 접촉하여 열평형을 이루는 시간이 1000억년이라면, 단순 계산으로 얼음은 1년에 1도씩 온도가 오르게 되고 100년 후에야 물이 끓게 된다. 이런 경우 1000 억도의 물체는 온도가 지극히 높다고 말할 수 있겠으나 지극히 뜨거운 물체라고 할 수 있겠는가? 

 

온도만으로 뜨겁다 차갑다를 논하는 것은 이래서 넌센스가 된다. 이건 물질들의 열전도율이나 열유속등의 물질적 특징이 고려되어야 하며 당연히 이들 물리량의 단위에는 시간이 포함되어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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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자의 평균 에너지가 온도라는 정의에 따르면, 아무 것도 없는 진공에는 온도가 높고 낮고를 떠나서 아예 온도가 없다는 의미가 된다. 온도라는 것이 존재하려면 입자가 있어야 하고 그 입자가 운동을 해야 한다. 입자가 없다면 온도는 존재할 수 없다.

 

우리 눈에는 태양계 우주 공간이 어둡게 보이지만 그 공간에는 빛이 가득차 있다. 빛은 직진을 하므로 직접 태양을 보지 않는 한 공간 안에 가득 차 있는 빛을 볼 수 없다. 가득 차 있지만 우리에게는 깜깜한 공간으로 보인다. 마찬가지로 우주 공간은 거의 진공이므로 온도가 존재하지 않지만 그 공간은 태양이 방출한 에너지(복사 에너지)들이 가득 차 있고 그 공간에 온도계를 놓으면 온도계의 입자가 복사 에너지를 받아 운동을 하게 되므로 온도가 존재하게 된다.

 

이런 것을 보면 우리가 감지할 수 있는 것은 오로지 그 공간에서 발생한 변화 뿐이라는 생각이 든다. 빛을 보려면 그 어떤 것이 직전하는 빛을 산란시키는 변화를 일으켜야 한다. 온도를 재려면 그 어떤 것이 복사 에너지를 운동 에너지로 변화시켜야 한다.  어떤 것으로 가득 차 있는 공간이라도 변화가 없다면 우리는 그것을 감지할 수가 없다. 모든 관측 가능한 것은 결국 변화에 의한 Difference 일 뿐이다.

 

우주의 온도가 절대온도에 거의 가까운 2.725k 라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우주에 존재하는 모든 입자들의 평균에너지를 계산해 봤다는 소리인지 알았는데 그게 아니라 "우주배경복사"에 근거해서 계산한 우주의 온도였다.  "우주배경복사"라는 것이 무슨 소리이냐 하면, 밤하늘의 어디를 관측해도 모든 곳에서 160GHz의 전자기파가 균일한 밀도로 관측되었다는 뜻이다. 우리가 160GHz의 전자기파를 육안을 통해 특정한 색, 가령 Y라는 색으로 볼 수 있다면 밤 하늘이 온통 Y색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그것도 거의 균일하게 말이다.

 

우주공간에 균일하게 가득차 있는 그 빛을 입자가 흡수했을 경우 발생하는 운동에너지를 계산하고 그걸 볼츠만 상수로 통해 온도로 변환해 보니  2.725k 라는 값을 얻게 되었다고 한다. 즉 현재 관측가능한 모든 우주는 아주 미약하지만 일정한 수준의 빛이 균일하게 가득차 있으며 그걸 온도계로 측정해 보면 2.725k가 될 것이라는 소리이다.

 

조금 찾아 보니 정말로 그런지 안 그런지 실제로 온도계를 우주 공간으로 들고 가서 온도를 재 본 미친 짓을 이미 예전에 해 봤다고 한다. 1992년에 NASA는 COBE 위성을 띄워서 온도를 측정했고 유럽우주국(ESA)에서 플랑크 위성을 띄워서 온도를 측정했다고 한다. 물론 수은 온도계로 잰 건 아니지만 암튼 온도를 쟀다고 한다. 가장 최근에 계측한 온도는 2.72548 ± 0.00057 K 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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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계의 우주 공간에서 온도계를 놓고 온도를 잰다면 해당 온도계는 열평형을 이룰 다른  물체가 없으므로 지속적으로 온도가 올라가게 된다. 태양계 우주 공간에서 태양광을 받는 양지 쪽은 온도가 무지막지하게 높지만 음지 쪽의 온도가 무지막지하게 낮은 것은 이런 이유이다. 지구 근처의 우주 공간에 특정 물체가 태양빛을 계속 흡수하면 결국 온도가 계속 올라갈 수 밖에 없다. 우주선이나 인공위성의 외관을 알루미늄 소재로 만드는 이유 중 하나는 알루미늄이 빛을 잘 반사하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다면 온도가 무지막지하게 오르면서 내부의 반도체들이 오류 동작하게 된다.

 

그렇게 생각해 보면 지구는 45억 동안 태양빛을 받아 왔으므로 온도가 엄청 높아야 하겠지만 그렇지 않는 것은 물체들이 흡수한 에너지를 다시 복사 에너지 형태로 방출하기 때문이다. 적외선과 전자기파를 눈으로 볼 수 있다면 지구의 땅과 바다는 밤에도 환히 빛나는 것으로 보인다. 지구는 눈에 보이지 않는 빛인 적외선과 전자기파를 우주 공간으로 발산하면서 그만큼 식는다. 낮에 흡수하는 태양에너지보다 밤에 방출하는 에너지가 더 적다면 지구의 온도는 올라가게 된다. 그 균형이 조금만 틀어져도 온난화가 되거나 빙하기가 된다.

 

같은 에너지량을 흡수하더라도 이를 복사 에너지로 방출하는 물체의 특성에 따라 온도는 서로 다르게 측정된다. 즉 같은 우주 공간에 위치하더라도 온도계의 물체가 어떤 것이냐에 따라 온도는 다르게 계측된다. 따라서 160GHz 우주 복사에너지에 의한 우주의 평균온도가 2.725k 라고 칭하려면 그 온도계가 무슨 물체인지가 정해져야 한다. 위의 우주선들이 실제 물체로 구성된 온도계를 들고 온도를 측정한 것은 물론 아니다. 그저 160GHz 전자기파의 크기를 사방팔방으로 정밀하게 계측했을 뿐이다.

 

우주의 평균 온도가 2.725k 라고 하는 것의 의미는 우주 공간에 실제로 나갔을 때 우리가 감지할 수 있는 (만약 감지할 수 있다면) 온도가 2.725k 라는 것이 아니라 흑체라는 가상의 이상적인 물체의 온도가 2.725k 이라는 이야기이다.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이상적인 물체인 흑체가 우주복사에너지를 계속 받고 있으면 그 흑체를 구성하고 있는 입자들의 평균에너지는 볼츠만 상수의 2.725 배로 유지될 것이라는 계산값이 우주의 평균온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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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 온도라는 놈이 이런 것이라면 빛도 빨아들이는 블랙홀의 내부는 어마 어마 어마 어마하게 온도가 높을 것이라는 추정을 할 수 있을텐데 작고하신 스티브 호킹의 생각에는 블랙홀의 온도는 블랙홀의 질량과 반비례 하며 따라서 작은 블랙홀은 온도가 매우 높지만 큰 블랙홀은 우주배경복사 온도보다 더 낮을 것이라 한다. 온도가 높다는 건 결국 온도가 더 낮은 외부로 에너지를 방출할 수 밖에 없다는 의미가 되고 그래서 뭘 방출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임계질량 이하의 작은 블랙홀은 결국 에너지를 방출하며 증발할 것이라고 한다....

 

흠....뭔 소리인지....역시 천문학은 동서고금을 통틀어 봐도 아무나 할 수 있는 건 아닌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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