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들어가며
Phaser는 태생이 전자공학에서 나왔던지라 동작 원리를 알고 싶으면 Phase라는 공학 용어부터 알아 가야 한다. 그런데 이걸 수식을 동원하지 않고는 이해하기가 어렵다. 그래서 대부분의 설명은 전자공학 용어들을 나열하는 것에 그치는데 무슨 소리인지 알아 먹기가 어렵다. 결국 경험적으로 이렇게 하면 이런 음향효과가 난다는 것을 경험적으로 알아가야 한다. 그래도 도대체 이게 어떻게 동작하는 건지 궁금해서 여기 저리 검색해 보고 나름대로 알아본 것을 정리해 놓는다.
흔히 Phaser 라고 말하지만 동작 내용을 보면 “Phase Shifter”가 정확한 표현이다. Phaser는 음향효과 측면에서 Flanger와 비슷한 결과를 내지만 구현 측면에 보면 완전히 다른 물건이다. 우선 Flanger는 Delay로 구현된다. 원본 파형과 그 원본의 시지연 된 파형을 합쳤을 때 Tone 변화가 발생한다는 것에 착안하여 시지연 시간을 늘렸다가 좁히는 동작을 반복하여 음향 효과를 낸다. 반면 Phaser는 Delay가 아닌 Filter 기능을 통해 특정 주파수 이상의 소리 크기를 제거하며 특정 주파수를 이리 저리 변경 시키는 것으로 음향 효과를 낸다.
피상적으로는 Delay로 구현되는 Flanger가 더 간단할 것 같지만 구현 측면에서는 Filter로 구현되는 Phaser가 더 간단하며 Phaser가 Flanger보다 더 빨리 등장했다. Flanger와 Phaser는 위상 변화를 통해 특정 주파수의 크기를 변화 시키는 것은 동일하지만 Flanger는 무차별적으로 주파수 대역의 크기 변화를 초래하는 반면 Phaser는 특정 대역 이상의 주파수에 대해서만 크기를 줄인다.
다른 말로 표현하자면, Flanger는 원음 신호에 대해 전체적인 Tone 변화를 주는 것으로 음향 효과를 얻지만 Phaser는 원음의 고음역대를 억제하는 정도를 변화하는 것으로 음향효과를 얻는다. 이런 특성 때문에 Flanger는 거친 음향 효과를 내지만 Phaser는 상대적으로 부드러운 음향 효과를 얻게 된다. 하지만 Phaser는 고음역대의 톤이 깎이는 정도를 조정하는 것이기에 톤이 죽는 듯한 느낌을 주기도 한다.
(Flanger 에 대해서는 ikipus :: Flanger Effector 참조)
--------------------------------------------------------------------------------
1. Phase
Phase는 뜻이 많다. 인문학에서 쓰이는 경우 “단계” 또는 “국면” 라는 뜻이고 화학이나 물리에서는 물질의 상태 (기체/액체/고체 등)을 의미하는 “상” 으로 번역된다. 그런데 파형을 다루는 분야에서 “Phase”는 “위상” 이라는 단어로 번역하며 그 정의는 위키백과에 따르면 “반복되는 파형의 한 주기에서 첫 시작점의 각도 혹은 어느 한 순간의 위치”라고 한다.
하지만 공학을 배우는 대부분의 학생들은 sin(wt+θ) 의 수식에서 θ 를 “위상각”라 알고 있고 서로 다른 2개의 파형에 대해 θ의 차이를 “위상차”라 알고 있다. 다들 이렇게 알고 있다가 “Phase”가 무엇이냐는 질문에는 위의 사전적인 정의를 대지 못하고 그냥 어버버 하는 경우가 많다.
개인적으로는 “Phase”의 사전적 정의가 바뀌어야 한다고 여긴다. 내 개인적인 정의에 따르면 고정된 수치의 어떤 물리량이 고정된 각속도로 회전하는 상태를 “Phase”라 칭한다. 이러면 여러 단어로 번역되는 Phase가 모두 같은 뉘앙스를 가지게 된다. 뭐가 되었든 시간에 따라 변화하지 않고 그대로 유지를 하고 있는 상태를 Phase 라 칭할 수 있다.
역시 공인된 정의는 아니지만 내 개인적 정의에 따르면 고정된 상태인 Phase를 유지하고 있는 그 대상을 Phasor라 한다. 즉 어떤 것인 빙글빙글 돌고 있는데 이게 고정된 Phase를 유지하면 빙글빙글 도는 그것을 Phasor라고 한다. Phase가 Y축에 투영되는 효과만을 따져서 수식으로 나타내면 다음과 같은 sin 파형 수식이 된다.
각속도가 동일한 2개 Phase에 대해 회전하고 있는 길이의 각도차이를 Phase Difference (위상차)라고 한다.
위상차에 관계 없이 각속도가 동일한 Phase들은 단일한 1개의 Phase로 합성 가능하다.
각속도는 동일한 아래의 Phase를 합친다면 어떻게 될까?
위의 Phase는 수식으로는 “sin(wt) + sin(wt-180)”에 해당하며 아래 그림과 같이 아래 위가 뒤집힌 대칭이므로 어떤 순간이라도 더하면 0가 된다.
--------------------------------------------------------------------------------
2. Filter
소리 파형을 비롯한 모든 파형은 “퓨리에 변환”이라는 수식을 거치면 해당 파형을 각속도가 연속인 무한히 많은 Phase의 대수합으로 나타낼 수 있다. 이 때 각속도 별 Phase의 크기를 나타낸 것을 주파수 Spectrum 이라고 한다.
Filter는 주어진 파형에 대해 특정한 각속도의 Phase에 대해 크기와 위상각을 변경하는 장치이다.
Filter는 자체 전원이 없는 Passive Filter와 자체 전원이 있는 Active Filter로 나뉜다. Passive Filter는 저항(R), 코일(L), 케페시터(C) 의 3개 소자를 조합하여 구성된다. 이 때 저항과 케페시터는 소자의 소형화가 가능하지만 전선을 칭칭 감은 코일(L)은 아직까지도 소형화가 불가능하다. 즉 Passive Filter는 어느 정도의 공간이 필요하다. 코일(L) 소자의 소형화를 구현하면 어쩌면 노벨상을 받을지도 모르겠다.
Active Filter는 코일(L)이 없고 대신 트랜지스터를 이용한 증폭기 (OP Amp)가 들어간다. 자체 전원이 있어야 한다는 단점은 있지만 전선을 칭칭 감은 코일(L)이 없어지기에 회로의 소형화가 가능해진다. Active Filter는 기본적으로 OP Amp 1개, 저항(R) 3개, 케페시터(C) 2개로 구성된 피드백 회로로 구성된다. 이 때 이 피드백 회로를 Stage 라고 한다.
이 때 저항과 케페시터 값을 조정하면 필터 동작 특성을 조정할 수 있다. 공학에서는 이걸 방정식으로 푸는데 이 때 Stage가 1개면 방정식이 1차 방정식이 된다. 그래서 이걸 Order 또는 “차수”라고 한다. Stage 1개로 구성된 필터를 “1차 필터"라고도 한다.
Stage 1개로 특정 성격의 필터를 구현할 수 있고 이걸 여러 개 직렬로 붙이면 여러 성격의 필터를 구성할 수 있게 된다. Stage 2개를 붙이면 이걸 “2차 필터”라고 하며 차수가 많을수록 필터 동작 특성을 더 정밀하고 강력하게 조정할 수 있다.
--------------------------------------------------------------------------------
3. All-Path Filter
통상적으로 Filter는 아래와 같이 특정 주파수 대역의 크기를 낮춘다.
이상적인 All-Path Filter는 문자 그대로 모든 주파수 대역의 신호 크기를 그대로 유지한다.
신호의 크기를 그대로 유지시키므로 “All-Path Filter”는 사실 아무런 쓸모가 없다. 그냥 Filter가 없다는 것과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신 “All-Path Filter”는 아래와 같이 특정한 주파수 대역 이상에 대해서 위상을 지연시키는 기능이 있다.
Filter가 정밀하고 강력할수록 동작 특성은 아래의 파란색에 가까워진다. OP AMP의 Stage가 많으면 많을수록 파란색에 가까운 동작 특성을 보이게 된다.
--------------------------------------------------------------------------------
4. Phaser 동작
Phaser는 원음과 All-Path Filter의 출력을 합친 소리를 출력한다. 이 때 All-Path Filter는 모든 주파수 대역의 소리 크기를 그대로 유지한 채 특정 주파수 대역 이상은 위상은 180도로 반전시킨다. 최초의 Phaser Effector인 MXR의 "Phase 90"은 4개의 OP Amp를 동원한 4 Stage Filter로 구현되었다고 한다.
입력 신호와 All-Path Filter를 거친 신호가 합쳐지면 특정 주파수 대역 이상의 소리는 약화 된다. 이는 All-Path Filter에서 특정 주파수 대역 이상의 신호를 180도로 지연 시켰기 때문으로 이상적인 All-Path Filter인 경우 Mix 비율이 동일하다면 특정 주파수 이상의 소리는 모두 제거된 출력이 나온다.
All-Path Filer의 대상 주파수를 자동으로 바꾸는 LFO 기능을 추가하면 설정에 따라서 고음역대가 억제되는 특성이 자동으로 변화하면서 Phaser 효과를 내게 된다. 얼마나 빠르게 변할지, 얼마나 큰 폭으로 변할지 등을 설정할 수 있다. 이건 제조사들마다 조금씩 다르다.
여기에 한술 더 해서 되먹임을 할 수도 있다. FeedBack 양을 크게 할수록 잔향음이 더 길어지면서 기묘한 음향효과가 날 확률이 높다.
--------------------------------------------------------------------------------
PS 1 : 최초의 Phaser Effector 인 MXR의 "Phase 90"은 1974년 발표되었다. 이 후 2년 뒤인 1976년에 챗에킨스와 레스폴이 협업한 "Birth of the Blues"라는 곡에 Phaser 효과가 쓰였다. 해당 곡에서 쳇 에킨스는 계속 Phaser를 걸어서 기타 연주를 했다고 한다. 들어 보면 Phaser 효과를 바로 체감할 수 있다.
PS 2 : 진공관 시절에도 OP Amp는 있었으나 상업적으로 사용할만한 OP Amp는 1969년 Texas Instrument(TI)에서 만들어 냈다고 한다. 이후 신디사이져의 음향 효과 기능으로 Phaser가 등장하였고 기타용 Phaser 이펙터는 1974년에 등장했다. 반면 Flanger 음향 효과는 1945년에 발견되었으나 최초의 Flanger는 1975년에 나왔고 기타용 Flanger Effector는 1976년에 등장한다.
'자작 > 음향관련' 카테고리의 다른 글
헤드룸 (0) | 2025.06.15 |
---|---|
기타 이펙터 Flanger (2) | 2025.06.12 |
테이프 딜레이, Tape Delay (0) | 2025.06.11 |
기타 이펙터 컴프레서 (3) | 2023.02.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