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내 생각

북한을 어떻게 대할 것인가

ikipus 2025. 4. 23. 18:18

2022년 8월, 당시 미하원의장 낸시 펠로시 방한 시 윤석열의 태도를 보고 의아함을 느껴 한달 동안 각종 뉴스와 자료를 뒤져 본 적이 있었다. 아래 링크는 그 당시 매일 뉴스들을 검색하고 확인하며 내가 세운 가설들을 확인하는 과정을 기록해 놓은 것이다. '22년 08월 당시 형세는 매우 급박하게 흘렀고 윤석열 대통령은 결국 떠밀리듯 8.15 광복사 경축사에서 "담대한 구상"을 발표해야 했었다.


https://ikipus.tistory.com/entry/%EB%AD%94%EA%B0%80-%EB%B2%8C%EC%96%B4%EC%A7%80%EA%B3%A0-%EC%9E%88%EA%B8%B0%EB%8A%94-%ED%95%9C-%EB%93%AF

한달 동안 뉴스를 추적하며 내린 결론은 당시 바이든의 미국은 푸틴의 러시아와 연합하여 중국을 포위하려 한다는 것이었고 포위망을 구성하는데 북한과 몽골을 동원하려 한다는 것이었다. 북한의 원산항을 개발하고 원산항과 블라디보스톡 간 철로를 개설하여 몽골에게 길을 열어 주는 것이 당시 미국의 큰 그림이었다. 이러면 중국을 제외한 미국/러시아/북한/몽골 4개국이 이익을 얻게 된다. 미국은 주적인 중국에 대한 포위망을 구성할 수 있게 되고 이 외 각 나라의 이익은 다음과 같다.

 

북한의 최대 이익은 정권의 안정 보장이다. 핵보유국으로 인정 받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지만 최소한 북미수교라도 맺어서 미국이 외교적으로 인정하는 보통국가라도 되어야 한다. 이렇게 되면 각종 경제 제재에서 해방될 수 있고 서방의 자본을 받아 사회 인프라를 구축하고 경제 발전을 도모할 수 있다.

 

몽골의 최대 이익은 중국 종속 타계이다. 현재 몽골은 중국에 대한 감정이 좋지 않지만 생존에 필수적인 모든 교역로를 중국에 의존할 수 밖에 없어 중국의 요구를 모두 들어줘야 하는 상황이다. 겨울에도 원산항과 블라디보스톡의 연결로 바닷길을 접할 수 있다면 중국에 대한 일방적 종속에서 벗어나 자주적 입장을 강화할 수 있다.

 

러시아의 최대 이익은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의 경제 재건이다. 블라디보스톡은 겨울철에 바다가 얼어 붙어서 대규모 물동량을 감당할 수 없는 항구이며 이에 극동 시베리아 지역의 개발에 한계가 있었다. 원산항을 통해 겨울철에도 바닷길과 연결될 수 있다면 시베리아 지역의 천연자원에 대한 수송 루트와 시장이 열리게 된다. 아울러 몽골에 대한 러시아의 영향력을 강화하여 중국을 견제할 수 있다.

 

알릴레오 채널 (https://www.youtube.com/watch?v=mq-aOPW7MJ4) 에서 북한/미국/중국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담은 책을 소개 했는데 작년에 내가 파악했던 내용과 거의 일치한다 다만 여기에는 몽골에 대한 언급이 없다. 한달 정도 뉴스를 파본 나도 알 수 내용인데 책까지 쓴 전문가가 이걸 모를 리 없다. 아마 알면서도 일부러 빼 놓은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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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대중국 포위망 그림에 대한 당사자는 5개국 (북미일몽중)이지만 대한민국과 일본도 직접적인 당사자가 되고 대만에게도 중요한 문제가 된다. 유럽에 비해 국가가 많지 않은 동아시아에서 무려 8개국의 이해관계가 얽히고 설키는 복잡한 문제가 된다. 몽골과 북한을 끌어들여 대 중국 포위망을 구성하는 것은 트럼프 행정부에서도 큰 틀에서 유효하리라 본다. 다만 트럼프 행정부는 방법론에서 꽤 급진적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중국도 바보는 아니라서 관망만 하고 있지는 않겠지만 방법이 딱히 보이지 않는다. 우선 포위망의 마지막 퍼즐인 몽골은 우선 순위가 그리 높지 않다. 몽골이 노골적으로 반중 노선을 표방하면 당장 모든 육로를 끊어 몽골을 아사 시켜 버리면 되고 몽골도 이를 뻔히 안다. 새로운 교역로로 원산항이 뚫려도 당분간 몽골은 중국을 통한 육로에 의존해야 한다. 그리고 몽골이 필요로 하는 교역품 중 상당량은 여전히 중국 생산품일 가능성이 높아서 몽골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은 상당 기간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

 

중국이 러-우 전쟁에서 러시아를 계속 지원했던 것은 미국을 상대하기 위해서는 러시아와 척을 질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국이 러시아의 크림반도 병합을 인정하고 러시아의 손을 들어 주는 것으로 러-우 전쟁을 끝낸다면 러시아는 대중국 포위망 동참하게 될 것이다. 게다가 대중국 포위망이라는 것이 극동 지역 개발이라는 자국의 이익과 직결된 사안이라면 러시아 입장에서 마다할 이유가 전혀 없다. 중국도 뻔히 알고 있겠지만 그렇다고 러시아를 적대시 하면 형세를 돌이킬 수 없으므로 러시아에 대해 압력을 행사하기는 어렵다. 얄타회담 후 스탈린이 중국공산당을 버린 전례가 다시 재현 되는 건가?

 

중국 입장에서 가장 지랄 맞은 존재는 북한이다. 별 것도 아닌 놈들인데 죽자고 말을 안 듣는다. 우리들은 그 동안 중국을 통해 북한을 통제할 수 있다고 여겼지만 알고 보니 현실은 정반대였다. 중국은 현재 북한을 통제할 지렛대가 전혀 없다. 러시아와 북한이 군사 동맹을 맺었을 때 국내에서 대한민국 안보에 큰 문제가 생겼다며 난리가 났지만 우리보다 더 난리를 친 것은 중국이었다. 하지만 북한은 중국을 개무시 했다.

 

북한은 정권의 안전보장에 가장 큰 위협으로 중국을 꼽고 있다. 김일성의 연안파 숙청 때부터 이런 정서는 뿌리가 깊은 모양이다. 중국은 북한을 패싱하고 대한민국과 수교도 했고 시진핑은 집권 초기 북한이 아닌 대한민국을 먼저 방문했다. 북한의 핵개발에 중국은 훼방을 놓았고 대규모 아사 사태가 벌어졌을 때 중국이 북한에 대해 크게 해 준 것이 없다. 또한 김정일의 장남이었던 김정남이 마카오에서 지냈던 것을 상기해 보면 김정은 입장에서 볼 때 중국에 꼭지가 돌 수 밖에 없다.

 

중국은 만주지역에 강력한 기갑전력과 해군을 두고 있다. 북한 김정은 입장에서는 머리 위에 강력한 탱크 부대를 이고 있는 꼴이다. 유사시에 중국의 기갑병력이 압록강을 건너면 평양까지 무주공산이다. 김정은이 기를 쓰고 우크라이나에 군대를 파병하면서까지 러시아와 군사 동맹을 맺었던 것을 보면 김정남의 장남, 백두혈통의 적장자인 김한솔이 중국 보호하에 있는 것이 거의 틀림 없다. 이러니 김정은 정권에게 가장 큰 위협은 대한민국과 미국이 아니라 중국일 수 밖에 없다. 중국은 북한 김정은을 구박하며 계속 칼을 겨눴다.

아무튼 예나 지금이나 우리민족은 중국대륙에 대해 꽤나 깐깐하게 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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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우 전쟁 종전 시 러시아에 유리한 조건이 많을수록 러시아가 극동 지역에서 대중국 포위망에 참여할 가능성은 높아진다. 이러면 중국이 어떻게 반발하든 미국의 대중국 포위망 구상이 실현될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 되면 처신에 가장 신경을 써야 하는 당사자는 대한민국과 일본이다.

 

미국의 대중국 포위망 첫번째 단계, 즉 미국이 북한을 인정하고 종전 및 수교를 진행할 경우 대한민국와 일본은 이를 막을 역량이 없다. 그렇다면 흐름을 받아 들이고 그 형세에서 이익을 찾아야 하는데 이 때 대한민국과 일본의 이익은 서로 상충할 가능성이 높다. 최종적으로 북한에 돈을 퍼 주어야 하는데 미국은 대한민국과 일본에 막대한 비용을 요구할 것이고 대한민국과 일본은 분담 비율을 서로 전가하면서도 사업기회는 최대한 찾아 먹어야 하는 경쟁 구도에 놓일 수 있다.

 

일본은 한일수교 때처럼 북일수교를 맺으면서 축하금이나 차관 형식으로 북한에 자본을 퍼 주고 북한 개발사업에 참여하려 할 것이다. 하지만 대한민국은 북한과 외교 관계를 맺는 것이 위헌이므로 불가능하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은 이미 대한민국을 동포라는 특수 관계가 아닌 별개의 국가로 선언해 놓았으니 외교 관계를 맺지 않는 이상 돈을 퍼주고 싶어도 국가 차원에서 이를 실행할 방법이 없다. 하지만 미국의 압력에 밀려 결국 미국이나 일본을 통해 우회하여 자금을 지원할 가능성이 높다. 이러면 돈만 퍼주고 개발사업에는 참여하지 못하는 호구가 된다. 우리에게는 바람직하지 못한 시나리오다.

 

장기적으로 보면 북한과 대한민국이 경제적 이익을 공유하는 관계로 묶여야 자연스럽게 상호 안전이 보장 될 것이라는 측면을 부각시켜 북한 개발 사업에 대한 대한민국의 참여 및 블라디보스톡-원산 간 교통망을  휴전선 넘어 남쪽으로 확장하는 것에 북한의 동의를 끌어 내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지만 사정이 복잡해서 쉽지 않아 보인다. 대한민국이 선제적으로 북한에 투자하여 북한과의 관계를 개선한 후 북미수교가 이루어지면 자연스럽게 플레이어로 참여 할 수 있겠지만 개성공단과 금강산 사업을 말아먹은 과거 경험과 좌우 분열이 극심한 국내 정치 지형에서 그런 정책을 추진하기도 어렵다.

 

차라리 보수우파가 집권하여 북한과의 관계개선을 진행하면 내부 사정이 시끄럽지 않을텐데 지금의 보수우파는 집권을 포기하고 생존을 위해 극단적으로 집결한 상황이라 이를 기대하기 조차 어렵다. 중국 입장에서 보면 미국의 대중 포위망에서 가장 약한 고리로 대한민국을 지목하고 회유하려 들 가능성이 높다. 지금은 상상조차 하기 어렵지만 보수우파 집회에서 성조기가 아닌 오성홍기를 흔들어 대는 장면이 나올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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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8월 당시, '22년 말 정도에 파격적으로 북미수교가 이루어 질 수도 있다고 봤는데 러-우 전쟁이 지속되면서 나가리가 되었다. 러-우 전쟁을 끝낼 칼자루는 미국이 쥐고 있고 트럼프는 전쟁의 종결을 외쳐 왔지만 미래는 장담할 수 없는지라 러-우 전쟁이 언제 끝날지는 알 수 없다. 설령 러-우 전쟁이 끝난다고 해도 북한과 미국의 협상이 순조롭게 진행되리라는 보장도 없고 관세 전쟁을 비롯한 더 큰 이슈가 터져서 지금의 형세가 그대로 유지될 수도 있다. 하지만 최소한 대중 포위망의 북한 참여 가능성은 열어두고 의사결정을 해야 한다.

 

현 시점에서 차기 정부는 이재명이 이끌어 갈 가능성이 높은데 현재 민주당의 구성을 보면 북한과 연결 가능한 채널이 없는 듯 하다. 문재인 정부 때에는 북한과 미국과의 관계에 대한민국이 주도적인 위치를 점했지만 차기 정부에서도 그런 기조가 재현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김여정의 발언을 들어보면 북한은 이전 경험에서 대한민국에게 실망한 듯 보이며 어떻게 하든 대한민국을 패싱하고 김정은과 트럼프가 직접 협상하여 활로를 뚫으려 할 가능성이 높다. 물론 트럼프는 이걸 재료로 통상문제에 대해 대한민국과 딜을 치려 할 것이다.

 

미국에 대해 굴종적 태도로 일관하면 북한과 미국 사이에 끼어서 호구 될 것이 뻔하다. 전통적으로 볼 때 일본은 그런 호구가 될 것이고 대신 일본은 대한민국을 갈궈서 일본의 호구로 삼으려 할 것이다. 그럴 바에는 차라리 대한민국이 판을 뒤집겠다고 깽판 치는 것이 더 나은 협상력을 얻을 수도 있다. 대한민국/북한/미국/일본/중국/러시아/몽골 외에 대만까지 끼면 8개국의 이해 관계가 서로에게 영향을 미치는 복잡한 형세가 된다. 살얼음을 걷는 고도의 역량있는 정부가 필요한 상황이다. 그나마 김현종 같은 경험 있는 전문가가 등판한 것은 다행이다.

 

총부리를 겨누며 끔찍한 피를 흘렸기에 그동안 북한 정권은 우리에게 의심의 여지가 없는 명백한 적이었다. 하지만 우리가 어찌할 수 없는 외부 상황의 변화로 세상은 확 바뀌고 있다. 북한이 스스로 붕괴하여 대한민국으로 편입되는 것이 가장 최상의 시나리오였지만 실제로 북한이 붕괴했다면 북한은 중국의 속국이 되거나 주변 강대국에 의해 분할 되었을 것이다. 그럴바에는 차라리 북한 정권이 존속하는 것이 낫고 그나마 다행히(?) 북한은 버텼다. 현 시점에서 북한의 붕괴를 바라는 것은 어리석은 기대가 되었다. 그렇다고 누구 말대로 주석궁에 탱크를 밀고 넣는 것도 주한미군이 존재하는 한 불가능하다. 윤석열 정권은 계엄을 위해 국지전을 시도했지만 이것조차 못했다. 이명박 정권 때 천안함이 폭침되었지만 전투기도 못 띄웠다. 그런 판에 주석궁에 탱크 밀어넣기는 개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었지만 어차피 그 동안 상황이 교착되었기에 기존의 상황을 그대로 유지할 수 있었다. 하지만 외부 상황의 변화로 교착 상황이 바뀌면서 지금은 뭔가 행동을 취해야 하는 지경에 몰렸다. 이 때 잘못 처신했다가는 완전히 국제 호구가 될 수 있다. 그렇게 생각을 하다 보니 근본적으로 우리가 북한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 원점부터 생각해 봐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까지도 논쟁적인 사안이었고 합의가 가능할지는 모르겠다. 그래도 논의는 해 봐야 한다. 우리가 북한을 어떻게 대해야 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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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에 정한대로 대한민국은 평화로운 방법으로 한번도와 부속도서를 영토 삼아 번영해야 한다. 하지만 평화통일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과 실행방안 그리고 실행가능성은 언제나 논란거리였다. 평화통일이란 단어는 진보좌파/보수우파 모두 찬성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보수우파 버젼의 평화통일을 번역하면 "북한이 무릎 끓고 스스로를 대한민국에 바치는 것"이다. 북한이 미치지 않고서야 그럴 리 없으니 북진통일론도 있었지만 베를린 장벽 붕괴 이후에는 흡수통일론이 보수우파의 평화통일 방안이 된 듯 하다. 진보좌파의 평화통일방안도 있긴 할텐데 "햇볕정책"이라는 북한 퍼주기 외에는 알려진 바가 거의 없다. 

 

개인적으로 흡수통일론에 대해서는 부정적이다. 지금 당장 대한민국이 북한을 흡수 통일한다 해도 온전한 통일이 될 수 있을지는 매우 의문스럽다. 천지가 개벽하여 지금 당장 흡수 통일이 벌어진다면 우리에게는 익숙한 일상의 모든 것들이 문제가 된다. 고령자에게 국민연금이나 기초연금을 줘야 하나? 북한 주민들에 대해 최저 임금을 똑같이 적용해야 하나? 공무원 시험 응시 자격을 당장 줘야 하나? 북한지역에 대해 대학 입학정원 쿼터를 반영해야 하나? 선거권과 피선거권을 언제부터 부여하지? 남쪽과 똑같은 기준으로 북한의 국회의석을 배분해야 하나? 등등 수 없이 많은 문제가 발생한다.

 

흡수 통일 직후, 북한 주민들은 당장 의료보험을 낼 수 없을텐데 남쪽의 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한다면 무슨 일이 벌어지겠는가. 의료 보험료를 당장 부담할 수 없는 2천만 북한 동포들이 가세하면 의료보험은 둘째치고 의료서비스 자체가 붕괴될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그렇다고 남쪽 지역에 대한 의료 서비스를 북한 주민들에 대해 전면 금지하면 그들이 어떻게 느낄지도 뻔하다. 결국 위중한 질환에 대해 선택적으로 의료 서비스를 허용하게 될 것인데 위중한 질환을 정하는 문제에 대해서도 남쪽과 북쪽은 서로 생각이 다를 것이고 갈등이 생길 수 밖에 없다.

 

의료 문제 뿐만 아니라 일상의 모든 영역에서 이런 문제가 발생한다. 통일이 되면 장기적으로 경제적 발전이 뒤따르겠지만 장 남쪽 주민들은 모든 일상이 침해 됨을 피부로 느끼며 불만일 것이고 북한 주민들은 더럽고 치사하다며 모멸감을 느끼기 딱 좋다. 매년 수천명 수준의 탈북자는 수용할 수 있었지만 2천만 북한 주민을 한꺼번에 감당할 수는 없다. 초기에는 차별적 정책을 취할 수 밖에 없고 혹시라도 혼란과 충격을 감당 못해 경제가 나락으로 떨어지기라도 하면 두고 두고 큰 문제로 남게 된다.

 

지금도 좌우 분열을 감당하기 어려운데 2천만 북한 주민들이 등판하면 지금과는 다른 수준의 갈등이 엄청나게 발생한다. 현재의 대한민국이 갈등을 감당할 수 있을까? 남쪽은 기존의 기회나 혜택이 줄어들 것이고 북쪽은 차별 받는다고 느낄 것이다. 남쪽 주민들이 북쪽 주민들을 거지 취급하며 갈등이 쌓이고 쌓이면 언젠가 기회가 닥쳤을 때 북쪽이 분리 독립한다고 나서며 내전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 이럴 바에는 아예 통일하지 않는 것이 낫다. 여러분들은 당장 통일 한국이 되었을 때 북한주민을 2등 국민 취급하지 않을 자신이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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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와 같은 일이 현실화 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 설령 북한 주민이 자체 봉기하여 김정은 정권을 무너뜨린다고 해도 그들 모두가 대한민국에 귀순할 리 없다. 상상력을 발휘해서 김정은 정권 타도 후 북한에 민주주의/자본주의 정권이 출범한다면 대한민국은 어쩔 것인가?  여전히 대한민국은 새로운 북한을 인정 할 수 없을 것이다. 그나마 자체 봉기가 벌어졌을 때 새로운 정권이 수립이나 될 수 있으면 다행이다. 정변사태가 발생하면 주변 강국이 군사적으로 개입할 것이고 우리 역시 군사 행동을 취하지 않을 수 없다. 중국/러시아와 전쟁을 하든 아니면 주변 강대국과 북한 영토를 갈라 먹기 해야 한다. 후자가 될 가능성이 높고 북녁의 영토는 영구 포기 해야 한다.

 

우리의 최종 목표는 대한민국이 한반도와 부속도서를 국토로 삼는 통일이지만 역설적으로 현 시점에서 북한 정권이 무너지면 통일한국의 꿈은 영영 무산된다. 그리고 설령 죽어가는 북한을 북한 주민의 의사와 관계없이 강제로 흡수통일 한다면 우리의 우월감은 만족시킬 수 있겠지만 그 이후의 후유증은 매우 심각할 것이다. 일본이 죽어가는 조선을 조선인의 의사와 관계없이 강제병합 했던 이후 가시적인 실익은 커녕 비용만 지불했고 그럼에도 오히려 여러 문제들이 발생했으며 지금까지도 후유증이 있는 것을 반추해 보면 통일은 북한 주민들의 자존심을 건드리지 않도록 매우 신중하게 선을 지키면서 진행되어야 한다.

 

이상적인 시나리오가 실현 불가능하다면 실현 가능한 범위에서 최선을 찾는 수 밖에 없다. 갑작스러운 정변이 오히려 외세의 유입을 초래하여 통일 한국을 저해한다면 역설적으로 차라리 현 북한 정권이 유지되는 것이 낫다. 그렇다면 내심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 발해-신라 시대처럼 당분간 남북조 시대가 이어지는 것을 받아들이고 그 틀 내에서 우리의 안보와 이익을 극대화 할 방법을 찾는 것이 최선이다. 생각해 보면 지금까지도 남북조 시대를 살아 오긴 했다. 다만 그 동안은 북한을 약화 시키는 방향으로 안보를 유지했다면 지금은 반대로 외세의 개입을 차단하기 위해 우선 민족 공동의 번영을 추구하며 상호 간 안보를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다.

 

미국의 대중국 포위망에 북한과 대한민국이 같은 편에 서게 되면 상호 공동 이익을 취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상대를 적대하여 얻는 이익보다 상호가 협력하여 얻는 공동이익이 더 커지면 상호간 안보는 자연스럽게 유지된다. 미국이 안보상의 이유로 중국을 견제하는 틀 내에서 대한민국의 이익을 챙기기 위해서는 되지도 않을 흡수통일 보다 남북한의 공동 번영 추구가 현실적인 최선이다. 북한의 경제 발전이 김정은 권력의 강화로 이어질지 아닐지는 장기적으로 볼 때 모를 일이다. 김정은 정권이 당대에는 강화 되겠지만 북한 정권이 3대를 넘어 계속 세습될 때 북한 정부의 능력이 신장된 북한의 국력을 수용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긴 호흡으로 보면 분명 변화가 있을 것이다.

 

그렇게 남북의 공동 번영을 추구하면서 우리는 우리대로 변화하고 북한은 북한대로 변화해 나가다가 교점이 생겼을 때 상호 합의에 의한 통일을 추진하는 것이 최선이다. 교점 없이 평행선을 달린다 해도 안보 위협이 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지속적으로 공동의 이익을 추구하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다. 북한 체계는 외부 세력이 아닌 북한 주민 스스로가 변화 시켜야 한다. 북한의 경제 수준이 올라갈수록 그에 걸맞는 자체 역량도 생겨날 것이다. 우리와 그들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지금까지도 중국에 고분고분하지 않은 것을 보면 북한사람들도 같은 한민족이긴 하다. 그들도 지독한 족속이고 결코 호락호락하지 않다. 강제로 굴복 시킬 수 없다.

 

최종 목표는 평화 통일이지만 최우선 사항은 북한 땅에 외세가 발 붙일 수 없는 환경 구축이 먼저다. 정치적 통일은 그 다음 단계에서 따져 볼 일이고 북한 주민의 자발적인 역량 및 동의가 따라주지 않는다면 굳이 정치적 통일에 연연할 필요는 없다. 북한의 변화가 없다고 해도 우리는 계속 남북한 상호의 공동 이익을 추구하며 기다려야 한다. 남북조 시대가 그대로 이어져 분단이 고착된다고 해도 남과 북이 서로 죽이려고 들지 않고 상호 공동 이익을 누리며 번영할 수 있다면 그것 또한 나쁘지 않다. 주한미군을 유지하면서 각자의 내정에는 간섭하지 않음을 합의할 수 있다면 평화 통일을 이룩하기 위한 실질적인 방법이 이것 외에 있을 수가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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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1 : 보수우파의 북한에 대한 견해는 북한정권에 대한 증오 뿐이며 통일에 대해서는 아무 의견이 없다. 물론 통일에 대한 의견을 물어 보면 나름대로 답을 내 놓겠지만 현실적으로 실행 가능성이 없는 흡수통일이나 북진통일을 피상적으로 외칠 뿐이다. 되도 않을 것에 목을 메는 것이 보수의 유능함은 아닐 것이다. 내가 볼 때 그들은 통일 그 자체에는 아무 관심이 없고 통일을 원하지도 않는다. 그저 북한에 대한 증오를 바탕으로 내부의 서열 질서를 유지하는 것이 목적이고 그런 면에서 그들은 유능하다.  그들의 시선은 언제나 내부로 향해 있다.

 

PS 2 : 우리가 통일을 논할 때에는 당연히 대한민국이 주도가 되는 통일을 의미한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북한 주도의 통일보다는 차라리 망명을 택하거나 총을 들어야 한다. 그런데 입장 바꿔서 대한민국 주도의 통일이 이루어진다면 북한 주민은 이를 어떻게 받아 들일까? 무지몽매한 조선인을 개화시켜서 근대화 시켰다는 식민지근대화론과 김정은 정권에 세뇌되어 고통받는 북한 동포들을 구원하겠다는 우리의 입장은 얼마나 다른 것일까?

 

PS 3 :  안보 면에서 보수우파의 유능함을 보여준 정권은 노태우 정권이 마지막이었다. 진보좌파 정권은 매번 북한과 관계개선을 추진하면서 색깔론 공세를 받았지만 그 때문인지 국방력 강화에는 오히려 적극적이었다. 시어도어 루즈벨트 미국 대통령의 외교정책은 "Speak softly, and carry a big stick" ( 말은 부드럽게, 큰 뭉둥이를 들고) 이었다는데 그 동안 실제 벌어졌던 일들을 보면 진보좌파가 정권을 잡으면 말은 부드럽게 했지만 몽둥이는 계속 커졌다. 최근의 윤석열 정권은 반대로 말은 거칠었고 몽둥이는 전혀 신경 쓰지 않았으며 심지어 가지고 있던 몽둥이를 엉뚱한 곳에 휘둘렀다.

 

PS 4 : 북한 간첩이나 종북세력은 분명 존재한다. 없을 리가 없다. 그러나 아무리 때려 잡아도 100% 멸균을 유지하지 못한다. 국정원에서 거르고 거른다지만 탈북민 중 분명 간첩도 포함되어 있을 것이다. 하지만 100% 멸균하자고 탈북민을 모두 거부할 수는 없다. 그런 존재는 상수로 치고 관리하면서 역이용 할 수 있어야 한다. 유능하다면 그럴 수 있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