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제주도 안내 책자에 실려 있었던 제주 신화에 대한 내용입니다.
읽어 보니 재미 있어 옮겨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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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문대 할망과 오백장군
아주 옛적 애기지.
몸집이 아주 큰 설문대 항망이 있었대.
한라산을 베개삼고 누우면 글쎄 한 발은 성산일출봉에,
또 한 발은 관탈섬에 걸쳐졌다니 상상이 되지?
힘 또한 장사야. 삽을 들고 흑을 일곱 번 떠서 던진 게 한라산이 되고,
헌 치마로 나르던 흙이 떨어져 360여 개의 오름을 만들었으니까.
이 할망에게는 오백 명의 자식이 있었어. 참 많이도 낳았지.
하루는 오백 명의 아들들이 사냥을 하러 나간 사이...
할망이 아들들을 먹이려고 죽을 쑤다가 솥에 빠지고 말았어.
사냥에서 돌아온 아들들은 제 어미가 죽을 쑤다가 솥에 빠져 죽은 것도 모르고 죽을 먹어버렸지 뭐야.
나중에 이 사실을 안 자식들이 어땠겠어?
울고 불고 통곡을 하다가 그만 바위가 되어버렸지.
오백장군이 바로 이런 사연으로 만들어진게지.
이때 흘렸던 눈물이 봄이면 한라산의 철쭉꽃을 물들이고 있다니 어쨌든 효성은 지극한 녀석들이야.
근데 말야. 한 가지 조심할 게 있어.
이 할망이 시끄러운 걸 어찌나 싫어하는지...
한라산에서 큰 소리를 지르는 사람이라도 있으면 심술을 부리거든.
안개를 한바탕 뿌리고 다닌다니까 길을 잃지 않도록 명심해야 할 게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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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등할망신화
바다라고 늘 빛깔이 고운 것만은 아니야.
조화를 부리게 되면 맑던 하늘도 먹구름이 끼고...
잔잔하던 물결도 집채만한 파도를 밀고 오기 십상이거든.
이럴 때 가장 마음 졸이는 게 고기잡이 나간 지아비를 기다리는 아낙들이지.
제주 사람들은 이때마다 영등할망을 의지했어.
영등신은 한마디로 바다의 신이야.
음력 2월 초하루면 제주섬에 찾아오게 되는데...
바닷가를 한바퀴 돌며 미역, 전복, 소라씨를 뿌려주니...
해녀들에게는 그야말로 크게 모시는 신이지.
이 기간동안에는 마을 전체가 영등굿을 치를 준비로 들썩이게 돼.
칠머리당굿이라고 들어봤지?
지금도 대표적인 중요무형문화재로 지정될 만큼 제주 섬의 빼놓을 수 없는 굿이거든.
근데 말야. 영등할망도 시어미 심보가 있었나 봐.
세상에 내려올 때 딸의 손을 잡고 오면...
일년 내내 날시도 좋고, 농사도 잘 되고, 고기도 잘 잡히니 말야.
하지만 며느리와 함께 오는 해에는 뭐가 그리 못마땅한지...
농사도, 고기도 시원치 않았어. 섬 사람들은 배를 곯을 수밖에.
아무쪼록 며느리도 딸 같은 마음으로 품어주고 아껴줘서...
사시사철 흥겨운 소리만 우리 섬에 가득했으면 좋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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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신화
정말 아득한 옛날의 일이지.
세 사람의 신인이 한라산 북녘 기슭의 땅으로부터 솟아났어.
지금의 삼성혈을 가리키는 모홍혈이라고 들어봤을 거야. 거기가 바로 그 자리야.
아무튼 고을나, 양을나, 부을나라고 불리던 삼신인은
용모도 의젓하지, 기품도 있지, 게다가 성격도 활달하지.
어디 하나 나무랄데 없는 게 보통 사람들과는 아주 달랐어.
이 신들은 가죽옷을 입고 사냥을 좋아했다는군.
하루는 자줏빛 안개가 자욱히 깔리는 거야.
그런데 저 쪽 해변에서 상자 하나가 떠내려 오지 않겠어.
삼신인이 이것을 보고 상자를 열어 봤지.
신기하게도 그 안에는 새알 모양을 한 옥함과 옥함을 지키는 사자가 있었어.
또 옥함 속에는 송아지, 망아지, 오곡의 종자가 들어 있는 게야.
그리고 더욱 놀라운 건 귀한 티가 흐르는 세 명의 처녀도 함께 잇었다는 거지.
삼신인은 하늘이 내릴 배필이라며 여간 흐뭇해한 게 아니였다니 그 모습이 상상이 되는군.
그때 사자가 고개를 두 번 숙여 절을 하고는 이런 말을 하는거야.
"저는 동해 벽량국의 사지입니다. 저희 임금께서는 세 딸을 두셨는데
시집갈 나이가 되었으나 배필을 구하지 못해 탄식을 하며 여러 해를 보내던 중에
자소각에 올라 서쪽 바다를 바라보니,
보랏빛 기운이 하늘로 이어지고 찬란한 서광이 한라산 높은 봉우리에 서려 있었습니다.
그 곳에 고양부 삼신인이 솟아나 나라를 세우려 하지만,
배필이 없는지라 저에게 세 공주님을 모시고 가라고 명하기에 여기 왔습니다.
마땅히 혼례를 치르시고 대업을 이루소서."
이 말을 마친 사자는 백마를 타고 하늘로 올라가 버렸어.
삼신인은 곧바로 하늘에 제사를 지내고...
온평리에 있는 혼인지라는 연못에서 정갈하게 목욕을 한 후 살림을 차리게 되지.
이 때부터 오곡의 씨를 뿌리고 농사를 지었으며 가축을 길러 풍요로운 날이 그칠 줄을 모르니...
마침내 인간 세상인 탐라국이 이뤄졌다는 것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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