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극히_개인적인/MyGear

Schecter SD-2-24-AL(PF)

ikipus 2022. 4. 22. 11:23

 

2020년 가을 스쿨뮤직에서 180만원에 구매한 물건이다. 슈퍼스트랫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꽤 오래 전부터 했는데 여러 리뷰들을 보고 난 후 이 놈으로 하기로 하고 질렀다. 가격에서 표가 나듯 제펜 쉑터 제품이다.

 

기타 이름 말하려고 하면 난감해지는 길이를 가진 이름이다. 모델명은 SD이고 뒤에 숫자들은 세부 스펙에 관련된 내용이다. 2는 뭔지 모르겠고 (아마도 두번째 버젼이란 의미일 듯, 첫번째 버젼은 사양이 조금 달랐던 모양이다) 24는 24플랫, AL은 앨더바디, PF는 포패로 지판이라는 뜻이다. 수입되고 한참 뒤에 구매한 탓인지 스쿨뮤직에 딱 한대가 남아 있었다. 덕분에 색상에 대한 선택권은 없어서 핑크 색상을 구매하게 되었음.

 

핑크 색상이라 다들 기피했던 모양인데 어쨌든 선택의 여지가 없으니 받아보고 마음에 안 들면 반품하자는 심보로 구매를 했다. 막상 실물을 보니 핑크라고 적혀 있었지만 직접 보니 내 눈에는 강렬한 보라색이다. 기대하지는 않았지만 이 정도면 색상이면 나름 나쁘지 않다. 사진에서 보이는 것처럼 탑(메이플)의 무늬가 화려해서 예쁘긴 하다. 그런데 나무가 아니라 무늬가 인쇄된 플라스틱을 탑으로 붙여 놓은 듯한 느낌이 들기도 한다.

 

포패로 지판은 처음 접하는데 육안으로 보나 손으로 만져보나 로즈우드와 구분이 안 간다. 로즈우드 지판이라고 우겨도 사용자 입장에서는 거의 구분할 수 없을 듯 싶다. 색상은 왠만한 로즈우드보다 더 진한 듯 하다. 희귀성에 따른 가격 차이가 있을 뿐 포패로나 로즈우드나 내 입장에서는 별 다른 점이 느껴지지 않는다.

 

브릿지에 오른손을 얹고 쳐야 하는 경우 앉아서 칠 때에는 오른손이 자꾸 넥 쪽으로 이동해 가는 경향이 있어서 오른손을 브릿지에 편하게 얹어 놓기가 어렵다. 브릿지의 위치가 다른 기타들이랑 다른 것인지 아니면 플로이드 로즈의 미세조정나사에 오른손이 걸리적거려서 무의식 중에 손을 옮기는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클래식 기타 치듯이 왼쪽 허벅지에 기타를 올려 놓고 치면 오른손이 브릿지에 올라가긴 하지만 미세 조정 나사에 손이 걸리기도 하고 암이 걸리적 거린다.

 

험-싱-험 인데 토글 스위치로 험버커를 스플릿하여 싱글로 쓸 수 있게 한 장치가 있다. 쉑터나 탐엔더슨 계열에서 이런 장치가 있는 듯 한데 다양한 픽업 셀렉팅으로 여러가지 톤을 구사할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복잡한 픽업 셀렉팅은 불편하게 느껴진다. 스플릿 스위치의 동작 설정이 기억나지 않아서 사용할 때마다 매번 드라이버로 픽업 두들겨 보며 어느 픽업이 붙었는지 확인하고 쓴다. Tone 스위치도 잡아 빼면 By-Pass가 된다는데 이것 역시 용도를 잘 모르겠다.

 

일반적으로 지판 폭은 하이플랫 쪽으로 갈수록 넓어지긴 하는데 그 동안 썼던 펜더 카피에 비하면 이 놈의 하이플랫 쪽 지판 폭은 광대할 정도로 넓다. 처음에는 넓은 지판 폭에 적응하기가 힘들었고 지판 곡률은 편평해서 한동안 밴딩에 애를 먹었다. 다른 사람들은 초보 때 넓고 편평한 넥을 쓰다가 스트라토케스터의 좁고 곡률 있는 넥을 접하면 어려워 하는 경우가 있는데 난 오히려 정반대의 경험을 했다.

 

물론 인간은 적응의 동물인지라 그래도 시간 나는대로 잡고 연습을 해 보니 적응이  되긴 한다. 개인적으로는 스트라토케스터 스탠다드의 9인치 곡률을 제일 선호하지만 이 녀석이 제공하는 넓고 편평한 넥을 써 보니 나름 편리함이 느껴지긴 한다. 두께는 스트라토케스터 보다 살짝 두텁지만 치다보면 그리 불편함이 느껴지지는 않는다. 하지만 넥 뒤쪽의 도장은 땀이 나면 제법 끈적거리는데 이건 매번 익숙해지지 않는다.

 

스플릿 스위치로 싱글 전환 시 싱글 특유의 텅텅 거리는 듯 소리도 잘 나고 험 전환 시 험 특유의 꽉 찬 소리도 잘 난다. 그리고 픽업 조합에 따른 소리의 차이도 분명하다.  하지만 너무 많은 조합이 가능해서 개인적으로는 불편하다. 쓸 때마다 적절한 톤을 잡기 위한 시행착오를 한참 거쳐야 한다. 그리고 픽업 조합이 어떻든 강렬한 음은 잘 나온다. 픽업 이름이 괜히 몬스터가 아니었다.  슬래쉬 메탈 정도는 충분히 커버 하고도 남는다.

 

이 기타로 플로이드로즈 타입 브릿지를 처음 접해 본 나에게 가장 인상적인 것은 튜닝 안정성이다. 아밍으로 이런 저런 지랄을 다 해 봤는데 튜닝이 거의 절대적으로 안 나간다. 브릿지와 튜닝의 안정성은 상당히 견고하다. 물론 초기 튜닝이 번거롭기는 하지만 이후 안정성을 생각하면 그 정도의 불편은 충분히 감수할 수 있는 비용이다. 줄 교체 시 귀찮지만 몇 번 반복해서 튜닝 맞추고 하루 정도 지나서 다시 맞춰 주면 이후 튜닝이 거의 틀어지지 않아서 초반의 번거로움을 충분히 상쇄하고도 남는다.

 

하지만 클린톤이나 크런치 톤은 도무지 마음에 차지 않는다. 싱글로 전환하면 분명 싱글 소리가 나긴 하지만 찰랑거리는 느낌이 없고 소리가 뻣뻣하다. 그런 면에서는 오히려 저가 입문용 스트라토케스터 카피 기타 (데임 세이트업)이 훨씬 좋았다. 이 놈은 픽업 조합이 어떻게 되든 결국 드라이브 톤에 최적인 기타이다. 빡센 음악부터 락 성향의 팝 음악에도 두루 사용 가능하지만 찰랑거리며 부드럽게 튀는 소리를 내야 할 때는 쥐약이다. 

 

사용기를 찾다 보니 이 놈의 이전 버젼, 즉 SD-2 가 아닌 그냥 SD 였던 시절의 사용자가 SD-2를 접해보고 실망했다는 내용을 본 적이 있다. 예전의 SD는 22 플랫이었다고 한다. (SD-2는 사진에서 보듯 24 플랫) 그 덕에 프론트 픽업 위치가 달랐던 탓인지 예전의 SD는 나름 클린톤이나 크런치 톤이 괜찮았던 모양이다.

 

또한 이 놈은 게인을 많이 걸어주면 귀가 아플 정도로 쏘아대는 듯한 하이톤이 종종 튀어 나오며 강렬한 소리는 잘 뽑아내지만 묵직한 소리와는 거리가 멀다. 이건 이 놈의 문제라기 보다는 슈퍼스트랫 기타들이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는 성향인 듯 하다. 하긴 지금까지 개인적인 경험으로 볼 때 묵직한 드라이브 톤에 대해서는 레스폴 기타를 대체할 기타가 없는 듯 하다. 

 

이 녀석으로 러블리즈의 "이야기꽃" 커버에 써 봤다. 걸그룹 노래이기는 하지만 락음악 성향이 강한 곡이다. 이펙터 셋팅을 여러가지 쓰긴 했는데 픽업 조합도 나름 다양하게 써 봤다. 하지만 어떻게 조합을 하던 찰랑거리면서도 통통 튀는 듯한 훵키한 소리는 절대 안 난다. 소리 성향이 궁금하신 분들은 참고해 보시길. 딱딱한 클린톤을 느낄 수 있다. ikipus :: 이야기꽃(러블리즈)_기타커버 (tistory.com)

 

러블리즈의 다른 노래인 "미묘미묘해"에도 이 놈을 써 봤다. 뻣뻣한 소리를 내는 이 기타로도 곡에 따라서는 리듬 연주가 나름 어울리는 경우가 있다. 물론 드라이브를 어느 정도 걸어야 했다. 리듬 위주의 곡이라 고정 관념대로 프론트-미들 하프톤으로 했다가 영 어울리지 않아서 리어 픽업만으로 다시 재작업을 했었다. 뻣뻣한 기타는 리듬도 뻣뻣하게 가는 것이 오히려 더 어울리는 경우가 있다.   ikipus :: 미묘미묘해(러블리즈)_기타커버

 

전소미의 "Fast Forward" 커버에도 써 봤다. 여기도 이펙터 셋팅은 여러가지로 썼다. 녹음하면서 암질을 제법 했는데 튜닝이 그대로 유지된다. 녹음을 해 놓고 보니 드라이브와 암질이 조금 과하다 싶은데 소리 샘플로는 참고할만 하다. 참고로 후렴구 Backing톤은 깁슨 레스폴을 사용함.  ikipus :: 전소미_FastForward (tistory.com)

 

기타란 악기가 원래 습도에 취약하긴 한데, 이 녀석은 계절에 따라 넥 상태가 꽤 영향을 받는다. 튜닝 안정성은 상당히 높지만 계절이 바뀔 때마다 제법 신경 쓰이는 버징이 난다. 환절기마다 셋업을 주기적으로 받아야 하는 물건인데 플로이드로즈 계열의 브릿지가 장착된 탓에 셋업 비용이 꽤 높은 편이다. 그냥 습도 조절 열심히 하는 것으로 버티고 있다.

 

몸에 닿는 부분들을 곡선처리가 잘 되어 있어서 앉아서 기타를 칠 때 부대끼는 느낌은 별로 없다. 앉아서 치나 서서 치나 헤드 쪽이 들리거나 내려가지 않는다. 기본 형태가 스트랫이라 그런지 무게 중심이 한쪽으로 쏠려 있지 않고 균형이 적당히 잡혀 있다. 보기보다 상당히 묵직한데 아마도 브릿지 무게 인 듯 싶다. 뒷면에서 보면 바디의 하단 쪽이 제법 둥글 둥글하다. 덕분에 매번 이 놈을 잡을 때마다 엉덩이가 뚱뚱한 녀석이라는 인상을 받는다.

 

몇 번 사용해 보니 슈퍼스트랫으로는 분명 괜찮은 물건이다. 200만원 이하 가격을 생각해 보면 가성비 측면에서 갑 오브 갑 수준이다. 튜닝 안정성이 매우 높고 손으로 잡았을 때 느껴지는 견고함도 좋다. 처음에는 힘들었지만 넥도 적응해 보니 연주 편의성도 좋다. 다양한 픽업 조합은 나에게는 단점이지만 객관적으로는 분명한 장점이다. 무엇보다  속된 말로 이펙터 빨이 잘 먹어서 기계적인 소리 느낌을 내고 싶을 때는 발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