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내 생각

게쉬틴안나...

ikipus 2010. 6. 7. 16:22

한나라 무제의 생애를 보면...
누나가 남동생에게 애첩을 공급하는 마담뚜 역할을 하는 이야기가 나온다.

한무제의 아버지 경제는 율희라는 여인 사이에 장남인 영이 있었고...
당연히 황태자는 영의 차지였다.

경제는 관도공주라는 누나가 있었는데...
관도공주는 마담뚜 역할을 하며 경제에게 여자를 대주고 있었다.

시누이가 남편에게 여자를 대주는 격이니...
시누이와 올케간에 사이가 좋을리 만무하고...
결국 권력을 둘러싼 싸움으로 번지게 된다.

이 싸움은 결국 시누이의 승리로 끝나고...
이 과정에서 후궁인 왕미인의 아들인 철은...
고모인 관도공주의 딸인 아교, 즉 자신의 사촌과 혼인하고...
황태자로 올라 경제 사후에 즉위를 하게 되니 이가 바로 무제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 아교는 어머니의 적이였던 율희와 같은 입장이 되어 버린다.
바로 한무제의 누나였던 평양공주가 동생을 위해 마담뚜 역할을 한 것.
결국 아교는 버림받아 폐위되고 평양공주의 소개로 만난 위자부가 황후자리를 차지한다.

물론 아교의 폐위가 평양공주의 뚜쟁이 짓거리만으로 이루어진 건 아닌...
황권을 강화하는 과정에서 권력을 나눠쥐었던 세력이 몰락하는 모습 중 하나였겠으나...
평양공주가 거기에 깊숙히 관여된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평양공주는 미망인 된 후 위자부의 오빠인 위청과 결혼을 한다.
즉 부인의 오빠인 손윗처남이 매형이 되고, 올케가 시누이가 되는 겹사돈이 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평양공주의 마담뚜 짓은 계속 되어..
경국지색으로 일컬어지는 이부인을 한무제와 연결시켜 주기도 한다.

뭐 이런 콩가루 집안이 다 있겠는가 싶지만...
어찌하랴, 실제로 벌어졌던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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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거 참...
같은 여자로써 남동생의 바람기를 나무라기는 커녕...
오히려 다른 여자들을 대 주다니...
선뜻 이해하기 어렵지만 그런 짓도 대를 이어서 한다.

근본 원인이야 여자를 탐하는 남자들의 욕심이겠으나...
그 욕심의 피해자가 자신일 수 있다는 잠재적인 위험은 보지 않고...
오로지 자신의 피붙이란 이유로 누나들이 마담뚜 행세를 한다.

같은 여자라는 이유로...
남편의 여자 친척에게 도움 받으리란 생각은 안 하는게 좋을 듯.
시어머니는 결국 남편의 편에 설 수 밖에 없으며...
시누이 역시 남편의 입장을 지지할 수 밖에 없다.
시금치의 "시"도 싫다는 며느리들의 푸념이 괜한 것은 아닌 듯...

수메르 신화에서도 같은 일이 거론되고 있다.
인안나가 겁도 없이 저승을 접수하려 갔다가 돌아오지 못하는 동안...
두무지는 갖은 호사를 계속 누리고 살아갔으며...
두무지의 누나인 게쉬틴안나는 거기에서 마담뚜 역할을 수행했던 것.

아교는 한무제에게 버림을 당하고 비참한 최후를 맞았으나...
인안나는 분노에 가득 차 자기 대신 두무지를 저승으로 보내 버리고...
게쉬틴안나는 동생을 잃은 슬픔에 깊이 빠진다.

하지만 아마도 내 생각에,
그러한 인안나 역시 게쉬틴안나의 입장이였다면 같은 행동을 했을 듯...

관도 공주나 평양공주,
독일 섹스 산업의 대모라 불리는 베아테 우제,
술집에서 마담 또는 이모라 불리는 사람들,
다들 고대 수메스 신화에 나온 게쉬틴안나의 다른 모습일 것이다.

인안나이면서 게쉬틴안나이기도 한 여자란 존재...
아무래도 여자는 남자에 비해 더 복잡한 속성을 가진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