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잡다한_리뷰

EBS - 2007 아프간 전선 보고서

ikipus 2010. 6. 10. 17:41

언제나 그렇듯이...
퇴근해서 늦은 밤 이리저리 채널 돌리고 있는데...
EBS에서 좀 심상치 않아 보이는 화면이 보였다.

아마도 영국에서 만들었을 것이라 생각되는데...
카메라기자와 리포터가 아프간에 파병된 영국군을 따라다니며...
전선 상황을 기록한 것이였다.

총알이 핑핑 날아 다니는 현장에서 7시간 정도 갇혀 있던데...
아무래도 그런 환경에 지속적으로 노출되다 보면...
사람이 이상해지지 않는게 오히려 이상할 것이다.

총알이 날아 오는 그 곳에서...
어느 아프간군이 사격을 하러 나섰다가...
적의 사격에 손에 쥔 탄창이 맞아 떨어지더라.

그저 탄창이 떨어진 것이였지만...
그 사람은 정말 죽을 뻔한 것인데...
이 양반 실실 웃으면서...
다시 엄페물로 설렁설렁 뛰어 들어 오는 꼴이라니..

그 양반 뿐만 아니라...
다수의 많은 군인들이 그 상황에서 실실 쪼개고 있었다.

이거 진짜 전투 맞아? 연출한거 아냐?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일부러 연출했다면 그렇게 설렁설렁한 모습을 보이지는 않았을 터...
연출한 것이 아니라면 그들은 정신이 반쯤은 나가 있는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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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아프카니스탄이라고 하면...
영화 람보 3에서 보던 그런 풍경이 떠오른다.
사막까지는 아니지만 산악지역에 황량한 풍경...

그런데...
다큐에서 보이는 아프간의 경치는 너무 아름다웠다.
거기에 만약 바다나 호수가 있었다면 더할 나위 없었을 듯...

하늘은 구름 한점 없는 짙은 코발트색...
땅에는 적당한 구릉과 수풀이 우거진 초록색...
새들은 사방에서 지져귀고 있었고...

그 경치 좋은 그 곳에서...
인간들은 그렇게 열심히 총질을 하면서...
정신이 나간 채 서로를 죽이기에 여념이 없었다.

영화에서 보는 그런 전투가 아닌 실제의 전투...
운이 좋았는지 실제로 총 맞고 피 튀기는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중대장이 전화로 공중폭격을 요청한 뒤...
전폭기 출격하여 폭탄을 몇번 때려 퍼붓는 것으로...
탈레반은 철수하고 전투는 끝.

여전히 하늘은 짙푸른 코발트 색이였고...
푸른 숲에서 새들은 지저귀고 있었다.
아름다운 경치...하지만 잔인했다...서글프게  무심했다..

"여기에서는 끔찍한 일이 많이 일어나지만...
경치가 하도 좋아서 바라보고 있으면 그런 일을 잊어버리게 됩니다"

영국군 대대장이 인터뷰에서 했던 말...조금은 알 듯 했다.
역시 너무나 쓸쓸하고 서글픈 멘트였다.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봤나 궁금해서 찾아 봤는데...
EBS 시청자 게시판에 꼴랑 하나 올라온게 전부...

다른 일반 방송에서 해 주었더라면...
꽤 반향을 일으킬 수 있는 프로그램이라 생각되는데...
EBS에서 방송하면 왜 이렇게 조용히 묻혀지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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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대 병력 정도의 인원이 모여 찍은 사진을 배경으로...
엔딩 자막이 쭈욱 흐르고 있는데...
한참 있다가 맨 오른쪽 병사 한명이 슬쩍 다리를 움직인다.
스틸 컷이 아니라 동영상이였던 것...

소대 병력 전체가 카메라 기자와 짜고 시청자들을 낚은거지...
프로그램은 무겁고 진지했는데 마지막 엔딩은 웃겼다.

영국 특유의 유머감각이란게 저런건가...